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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 바르셀로나

크리스마스의 늦은 밤,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한 지 26시간 만에 이스탄불을 거쳐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유럽에 왔지만 스물넷 처음 비행기에서 내려 낯선 땅을 밟았을 때의 두려움과 흥분은 없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에서 내려 한참을 헤매고 난 뒤 예약해 놓은 숙소를 찾았다. 방 안에 들어가 보니 이곳에서 기대했던 여행자들의 활기는 모두 어둠 속에 잠들고 없었다. 내가 왔다는 걸 알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뒤 침대 위에 누웠다. 몇 시간 후 해가 뜬 뒤 보게 될 장면들을 상상하니 마음이 설렌다. 매일 밤 내일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키스하는 연인 


창가에 두 사람


햇볕 쬐는 노인 


구엘 공원 - 셀카봉이 없는 찰나


주인 없는 비둘기 집


고딕 지구의 노부부


행인


오토바이


낙서


행인2


의자와 담벼락


밤에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건축물을 보고 처음으로 감동을 느끼다


성당의 높고 좁은 계단


JESUS




그라나다행 버스에서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버스는 소요시간 14시간이라는 부담에 비해 좁은 공간 안에 밤새 앉아 있는 것이 힘들진 않았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어놓은 채로 잠을 자다가 새벽에 문득 깨어보니 창밖으로 보이는 건 가끔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 그리고 버스를 따라 흔들리는 내 모습. 창문에 비친 평범한 내 얼굴은 오래전 꿈이 빠져나가 핼쑥하 일상에 지쳐 보였다. 불빛을 향해 무모하게 날아가는 나방처럼 내 꿈을 향해 날갯짓하고 싶지만,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겐 불빛이 없으니까.


바르셀로나-그라나다 버스 안


아침





그리고 나무와 사람


카를로스 5세의 궁전 - 빛과 그림자


아라야네스의 안뜰


궁에서 본 그라나다


지붕 위의 새


다른 각도에서 본 마을


겨울, 꽃


골목길 아이들


구불구불 골목길을 한참 동안 따라가 보니


다시 아이들이 있던 그 자리...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안드레스 세고비아의 후배들이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 소리가 너무나도 감미로운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본다. 내가 서 있는 알바이신 지구 집들의 가난한 흰색과 알함브라 궁전의 화려한 붉은 빛에 대비가 슬프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모두 여기까지 오면서 보았던 가난한 집들을 잊고 왕궁을 바라보는데 마치 바로 옆의 불우한 이웃을 외면한 채 상류층의 화려함만을 좇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갑자기 왜 이곳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그분 생각이 나는지. 가끔은 나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진 힘과 능력이 너무 작은 걸 알기에 모순된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잊지 말자. 세상이 진보하는 물결이 좀 더 잘 흐를 수 있도록 거대한 강물에 작은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것을…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바라본 알함브라 궁전


밤, 물소리


전등 밑 창문


알바이신 지구 상점들


위대한 구글맵이 있지만, 아직도 지도를 보며 나침반을 들고 

길을 찾기를 좋아하는 나는 벌써 옛날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그라나다의 밤


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돌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별이 없는 밤, 알함브라 궁전


그라나다의 밤2




세비야


대성당1


대성당2 - 히랄다 탑에서 보는 세비야 


대성당3 - 종


대성당4


대성당5 - 탑, 오렌지 나무


골목길, 노인


길 잃은 그림자


알카사르 - 벽에 갇힌 나무


알카사르 - 문, 문, 문


알카사르 - 물


알카사르 - 열대 나무


알카사르 - 건너편의 사람들


알카사르 - 연인


알카사르 - 연인2


세비야 시내


이자벨 2세 다리 - 밤 맞이




마드리드


마드리드의 밤 거리




톨레도


12월 31일. 많은 상가와 유적지가 문을 닫았지만 


타구스 강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톨레도에서 


올해 마지막 태양을 보며


강물따라 무심코 흐르는 시간에게

Adiós, 2015년




세고비아


어쩌면 오지 못할 뻔 했던 이곳에서


나를 반겨주는 수도교


그리고 산 마르틴 성당


저 멀리 언덕의 초대를 받아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고 너를 바라본다


끝나가는 여행의 아쉬움은 구름 되어 밀려오고


옛 방랑자의 노랫소리 들리지 않을까


순례자의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돌아가야 한다는 초조한 마음에 여행을 마친다




산츠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바르셀로나로 왔다. 공항 체크인 시간이 한참 남았기에 역에서 아침으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여행 중에 썼던 글들을 읽어 본다. 좋은 여행이었는데 글들은 너무 우울하고 즐겁지 않다. 내가 이렇게 어두운 사람이었나?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지만 빡빡한 일정에 지쳐 지키지 못했다. 나는 올해 또 얼마나 많은 계획을 핑계 속에 묻어버릴까. 여행이 끝나고 복귀를 앞둔 지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그래도 괜찮다. 새로운 경험과 추억들이 내 안에 남아 조금 더 넓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다시 내 가슴 텅 비우고 일상으로 여행을 출발해야겠다. 


외롭지 않니? 귓가를 스쳐가는 젖은 바람이 물어온다

슬프지 않니? 우산을 두드리며 빗방울들이 물어온다

이미 지나버린 시간에 매달려 발버둥치는 지친 우리들

그림자 이끌고 떠나가야겠네 이 비를 몰고 온 구름을 따라


무엇을 보았니? 작은 방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물어온다

무엇을 들었니? 찬 새벽 짙은 안개 속의 침묵이 물어온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두려워 겁에 질려 허둥대는 우리들

그림자 이끌고 떠나가야겠네 안개가 씻어 낸 이 길을 따라


우리 가슴 속에 씨가 퍼져 날리길 

꽃이 피기를 새들이 날아들기를

우리 가슴 속에 강물 흐르길

썩어 들지 않도록 쉼 없이 흐르길

늘 살아 있기를 늘 깨어 있기를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


장필순 7집 중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

조동익, 장필순 작사




내가 건강하게 두 다리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 보니 넉넉히 잡아도 30년이다. 매년 한 나라씩 꼬박꼬박 가더라도 겨우 30개 국가를 갈 수 있는 시간이다. 가보고 싶은 곳이 참 많은데... 앞으로 부지런히 배낭을 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