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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타이 공항 (인천 - 쿤밍 중간 경유지)


모르는 것도 많고, 경험도 부족했던 스물셋.

해외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중국여행을 떠났습니다. 

공항에서는 비행기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도 몰라 허둥지둥하였고, 

기내 서비스로 나오는 주스도 돈을 내야 하는 줄 알고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음 나와본 외국은 신기한게 너무나도 많았고,  

제 노력 부족으로 오래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여행자 신분으로 오랜만에 다시 중국에 왔습니다. 

그때의 떨림은 이제 없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생각과 마음으로 이곳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리장


복잡한 리장 고성은 길눈이 밝지 않은 저에게는 

숙소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도 어딜 가나 카메라를 꺼내고 싶게 만드는 아주 멋진 곳이죠. 

하지만 여느 관광지가 다 그렇듯 

나시족이 세운 리장 고성에는 나시족이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상업화되어 

온통 여행객들을 유혹하는 상점과 식당, 술집, 

그리고 숙박시설만 남아 있습니다.

밤의 화려한 조명 속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그들의 삶을 위로함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돈을 내는 사람을 위해 노래합니다. 

이곳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기에는 

저의 여행은 너무 짧고 가볍습니다.






















호도협


지금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습니다. 

달도 우리를 위해 오늘은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보기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가끔 별똥별이 떨어지고는 합니다.

저는 잠시 누워 별 하나하나에 소중한 추억들을 매달아 봅니다.  

어릴 적 뛰놀던 거리

친구들과 장난치던 교실

어린아이라서 가능했던 장래 희망들

첫 미팅의 어색함

첫사랑의 가슴 떨림

처음 마셔본 소주의 쓴맛

이등병 첫 휴가 때의 설렘

신입사원 시절의 열정

변치 않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호도협 이튿날


이른 아침 호도협의 웅장한 산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저 산을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였습니다. 

가는 길이 없어 갈 수도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바로 눈앞에서 산을 본다면 

그건 산이 아니라 그저 거대한 흙과 바위일 뿐이겠죠. 

때로는 너무 가까운 것 보다는 조금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대상의 본질을 좀 더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잠시 일상에서 몇 걸음 물러나 

내 삶을 바라보게 하는 수단입니다. 

내 삶의 모습은 지금 어떤지, 

나는 그 모습을 좋아하고 만족하는지, 

내가 그리고 싶은 삶의 모양과 색깔은 무엇인지. 

속으로 혼자 이런 질문들을 해 보지만 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옥룡설산















다시 리장 고성

















솽랑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밤이 되었습니다.

고속도로 공사로 평소보다 한 시간 더 걸려 솽랑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잠시 얼하이호를 둘러보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라이브 바에서 시작한 술은 숙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음악에 취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밖으로 나와 걸었습니다. 

겨울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호수 위를 지나 우리에게 불어옵니다.

오늘도 밤하늘은 별로 가득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이 여행도 끝이 납니다.

만약에 행복은 유한하고 그래서 아껴 써야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저는 지금 이곳에서 조금 더 행복하고 싶습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자의 일상 속에서 점점 잊혀지곤 합니다. 


우리는 일년 전 터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만남의 시간은 짧았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하였기에 

금세 멀어질 줄 알았지만, 

우리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고

이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리장의 복잡한 골목길을 같이 걸었고, 

호도협의 힘든 28벤드를 함께 올랐습니다.

나란히 앉아 옥룡설산을 바라보았고,

호수 위로 반짝이는 햇빛을 눈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했습니다.


내 인생에 멋진 추억의 별 하나가 생겼고,

그 별에겐 친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