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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여행의 시작은 호기심이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음식은 맛있을까?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 그래서 낯선 곳에서 정신없이 이것저것 보고 먹으면서 눈과 입을 즐겁게 한 뒤 호기심이 소진되기 전에 또 다른 호기심에 이끌려 다른 곳으로 떠난다. 나의 여행은 그랬다. 하지만 네팔에 온 이유는 조금 달랐다. 이곳에서 일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채우고 싶었다.



카트만두 공항

모든 비행기가 안개 자욱한 날씨 때문에 출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이다.



매연과 안개가 뒤섞인 카트만두를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가 보였다.

설산이다. 



포카라 공항





1일차. Phedi - Dhampus - Pothana - Landrung

페디에서 담푸스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한국에서 네팔까지 오기 위해 밤새 이동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의 무지와 두려움 그리고 욕심이 배낭의 무게가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도 포기한다면 너무나 긴 시간 동안 후회와 아쉬움이 나를 괴롭힐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멈출 수가 없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담푸스에서 보이는 풍경이 내게 힘을 준다.



포타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걷는다.



구름이 점점 해를 가리고,

장난기 많은 네팔 학생들과 친구가 되어 란드룩까지 간다.





2일차. Landrung - New bridge - Jhinu danda - Chomrong - Sinuwa


란드룩의 아침

산 위로 아침 햇살이 비친다.



하얀 눈 덮힌 산과 백마



그리고 물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촘롱을 지나 시누와에 왔다.

짧고도 긴 하루가 끝이 났다.





3일차. Sinuwa - Bamboo - Doban - Himalaya - Deurali


산은 깊어지고



땅은 거칠어지니



나무는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이곳에도 물이 흐르고



잠시 쉬어갈 곳 있으니



데우랄리



해는 기울어



또 하루가 저문다.





4일차. Deurali - MBC - ABC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에 감탄하며



아무도 없는 길을 계속해서 걷는다.



안나푸르나가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MBC에서 ABC가는 길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4,000미터가 넘는 고도에서 숨을 쉬기가 쉽지않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천천히



그리고 가끔 뒤를 돌아보자



나마스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어디를 둘러봐도 장관이다.



정오의 하늘은 너무나 파랗다.



구름마저 넘지 못하는 곳을 향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이제 더는 앞으로 갈 수 없다. 



나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며



겸손을 배운다



산을 사랑했고, 산의 품에서 잠든 



모든 사람을 추모하며...



마차푸차레에 저녁노을이 드리운다.



날은 점점 추워져 손과 발이 시려도 이곳을 떠나고 싶진 않다.



밤하늘에 별이 뜰때까지...





5일차. ABC - Chomrong


마차푸차레가 태양을 토해내며 새벽을 알리니



안나푸르나에 아침 햇살이 드리운다



해는 산을 넘고



구름은 산 위를 맴돈다.


 



6일차. Chomrong - Landrung - Pothana - Australian camp


떠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번 지나왔던 길이지만



계속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다시금 뒤를 바라본다.



이내 작별을 아쉬워하는 나에게



산은 따뜻한 바람으로 나를 배웅하고



외롭지 않도록 친구를 보내준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곳



여행에 지친 사람들



먼 곳에서 온 연인들



무거운 짊을 내려놓은 포터들



그리고 나





7일차. Australian camp - Khande - Pokhara


안나푸르나의 마지막 아침



다시 이곳에 올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에필로그 

나는 무언가 내면의 채움을 기대하고 이곳에 왔다. 그리고 넉넉한 산, 자연과 어우러져 힘든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채워간 것은 역설적이게도 조급함과 욕심을 비운 마음인 듯하다.


어느 롯지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차를 마시다가 자주 얼굴을 보며 인사하는 한 포터의 짐을 들어보았다. 족히 40kg은 될 듯한 무게. 나와 비슷한 체격으로 60kg이 조금 넘을 것 같은 그는 몸무게의 삼 분의 이나 되는 짐을 지고 4,000m가 넘는 곳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포터들은 어깨가 짐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어깨가 아닌 머리에 짐을 메고 다닌다. 그들이 흘린 땀과 말 못 할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고작 몇십 루피에 그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 옳은 걸까.



우리나라의 한 여행사는 포터들에게 여행사 이름이 적힌 엄청난 크기의 가방을 여러 개 짊어지게 하고 여행객들은 그 안에 들어있는 식판에 한식을 먹는다고 한다. 어느 나라 여행사인지 알지 못하게 글씨라도 좀 지웠으면...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 포터 한 명에게 위탁할 수 있는 짐의 무게를 법으로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가 조금만 더 불편하면 그들의 무릎이 조금은 덜 아플 텐데.

우리의 배낭에 조금만 더 짐을 채우면 그들이 좀 더 환하게 웃을 수 있을 텐데.


모두가 평등한 기회 속에서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서로를 도우며 더불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인간이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일까.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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